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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읽는 심리학

<개미와 베짱이>의 만족지연, 카르페디엠(carpe diem)

by 헬씽킹0.0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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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개미랑 달리 여름에 노래하고 게으름을 피운 베짱이가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비참하게 얼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모두 어렸을 때 접해보았을 것이다. 이야기에서 개미는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뜨거운 여름내 쉬지도 않고 일한 개미는 이런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만족 지연'이라고 한다. 만족 지연이란 미래의 만족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얼마간 미루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베스트셀러 덕분에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미셸 박사가 한 '마시멜로 실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미셸은 4~6세 아이들을 한 명씩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나눠주면서 "선생님이 15분 뒤에 방으로 다시 올 텐데, 만약 그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상으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게"라고 말했다. 이때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선생님이 방에서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15분을 꾹꾹 참고 결국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아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실험이 끝나고 미셸은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14년 동안 관찰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15분간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낸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바로 먹은 아이들보다 학교 성적이 훨씬 높았고 교유관계도 원만했다. 심지어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때 쓰이는 SAT 평균 점수가 210점이나 높았다. 다시 말해 마시멜로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시멜로를 먹고 안 먹고의 차이가 이러한 나비효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사실 실험에 쓰인 마시멜로는 '유혹'을 상징한다. 그래서 '마시멜로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는 것은 '인내력' 문제로 귀결된다. 아이들은 미래의 마시멜로를 하나 더 얻기 위해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솝 우화 속 개미가 여름에 당장 쉬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은 것처럼 말이다.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등 인생의 진리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격언과도 일맥상통하여 선풍을 일으켰다. 또 각종 자기계발서는 '만족 지연 능력이 성공의 열쇠다'라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로 마시멜로 실험을 자주 언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내력은 기를 수 없는 것일까?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었다고 해서, 평생 유혹에 잘 넘어가고 인내력이 약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인내력을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은 스탠퍼드대학의 반두라 명예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한 실험에서 알 수 있다. 우선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을 네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참가자 모두에게 자전거 운동을 시켰다. 이때 첫 번째 집단에는 운동 목표와 피드백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에는 목표만 주었고, 세 번째 집단에는 피드백만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집단에는 목표와 피드백 둘 다 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목표란 "오늘은 어제보다 3분 더 운동하겠다"고 같은 것이었으며, 피드백은 "멋져요!, 좋아요!, 다리 근육이 좀 더 탄탄해진 것 같네요!" 와 같은 것들이었다. 실험 결과, 목표와 피드백 둘 다 주었던 네 번째 집단에서 자전거 운동 시간의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목표에 맞춰서 운동하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때 인내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그런데 마시멜로의 실험대로 삶의 초점을 미래에 맞히고 현재의 행복을 미루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소련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한 말이 있다. "사람은 살려고 태어났지, 삶을 준비하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즉 미래에 대한 지나친 준비는 현재에 대한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강연 프로그램에서 어느 가수가 했던 말이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그녀는 어느 날 아침에 "언니 운동화 좀 신고 나갈게" 하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갔던 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숨지게 되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참지 마세요. 몸 사리지 말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세요. 저금도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먹고 싶은 거 다 드세요. 안정적인 길이라고 공무원 합격이나 대기업 취업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삶을 낭만적으로 즐기세요. 오늘이 내일보다 더 중요한 날입니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아름다운 젊음을 혹사하지 마세요." 이야기에서 개미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뜨거운 여름날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일만 한다. 아마 개미는 나중에 이렇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덜 행복했던 것은 항상 현재의 행복보다는 미래의 행복만을 위해 살았기 떄문이라고 말이다. 반면 베짱이는 현재의 행복에 좀 더 집중하며 살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추운 겨울날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신세가 되었지만,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며 찬란한 여름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정답을 모르겠다면 궁극적으로 자기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매 순간 자각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행복이 현재에 있는지, 미래에 있는지 말이다.

한 걸음 더

현재를 즐기려면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카르페디엠 Crape Diem'은 로마시인 호라티우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과거에 너무 매여 있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첫째, 현재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감각적인 부분을 천천히 주목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치할 때 풍기는 치약 냄새와 칫솔이 치아에 닿는 느낌 그리고 칫솔을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의식의 흐름을 현재로 가지고 오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현재로 의식을 가져올 수 있는 활동을 한다. 구체적으로 명상하기, 요리하기, 그림 그리기,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보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보기, 강아지 돌보기, 오늘 할 일 작성하기 등이 있다.

셋째, 현재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이제는 익숙해진 것들을 새삼 새롭게 느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마시멜로 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어쩌면 이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마시멜로는 바로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사라진 15분 동안 아이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마시멜로를 바로 먹고 흥밋거리를 찾아서 15분을 알차게 보낸 아이가, 선생님이 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을지 말지 갈등하며 15분을 힘겹게 기다린 아이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책 '심리학이 이토록 재밌을 줄이야' 을 요약,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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